동역학 체계 접근
미국 IBM 회사의 아이디어 리더들이 제시한 과학적 현상/대상의 분류 틀에 의하면, 인지체계는 물리체계, 생명체계와 함께 자연계의 3대 구성요소 체계가 된다. 이 틀을 다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Natural Systems
ㄱ. Physical systems: 물리학, 천체물리학 나노기술 등의 분야
ㄴ. Living systems: 생물학, 화학, 동물생태학, 발생학 등의 분야
ㄷ. Cognitive Systems: 인지과학, 심리학, 신경생리학, 아동발달과학 등의 분야
2. Human-Made systems
ㄹ. Social systems: 사회학, 동물생태학, 언어학, 경제학, 정치학, 조직행동학 등의 분야
ㅁ. Technology systems: 테크놀로지디자인과학, HCI, 인간공학, 바이오닉스 등의 분야
인지시스템을 복잡계 이론을 동원하여 이렇게 개념화하면, 인지과학적 접근은 자연히 이론물리학의 개념적 작업과 연결되며, 뇌의 부위별 신경적 과정의 통합 현상이나 심리적(인지적 현상의 상위수준의 역동과 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하여 물리학의 동역학 체계(dynamic systems)적인 틀을 도입하게 된다. 마음을 일종 비선형체계(minds as nonlinear systems)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마음 현상이 본질적으로 복잡함과, 최소의 미시적 세계를 다루는 학문인 물리학과 최상의 거시적 세계를 다루는 인지과학이 미래에는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최근까지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에서 동역학 체계적 접근에 비중을 주어 연구한 분야는 주로 인지발달 영역이나 로보틱스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동역학적 접근이 체화된 인지 이론 틀을 지원하는 면이 있기에, 앞으로는 복잡계의 틀, 체화된 인지의 틀, 동역학체계의 틀 등이 보다 밀접한 (물론, 이들 사이에는 이론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부면이 있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연결을 이루어 내며 인지 현상을 탐구, 설명하는 틀로 떠오르리라고 본다.
물리학은 자연과학의 기초학문, 인지과학은 사회과학 학문으로 분류하여 온 기존의 한국적 학문 분류 틀이 실제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 맞지 않으며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더욱 드러나리라 본다.
내러티브적 인지 접근
인지과학이 지난 50년 동안에 주로 고전적 인지주의(계산주의) 틀을 중심으로 발전됨에 따라 그동안 소홀히 되고 발전이 별로 두드러지지 못하였던 인지과학의 영역이, 인간의 마음인지)과 이야기 (내러티브, narrative)적 접근을 연결하는 틀의, 즉 인문학과 인지과학, 공학을 연결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형식화하기 힘들고 객관적 경험적 접근이 어렵다고 간주하여서 주류 인지과학의 흐름에서는 그동안 배제되어 온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역이 지니는 의의에 대한 학자들의 생각이 변화되고 있고 또 그 변화가 인지과학 전체 패러다임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고 또 앞으로 그 영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리라 본다.
인지문학과 인지과학 일반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Mark Turner 교수는 41) 1996년의 책, The Literary Mind라는 책에서 인지과학의 중심 주제가 사실상 문학적 마음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마음의 기본 원리이다(Story is a basic principle of mind.)라고 하였으며, 인지과학과 문학을 연결하며, 내러티브적 인지과학이라는 하나의 대안적 인지과학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내러티브적 접근을 인지과학에 도입하여 실제의 인간의 마음의 작동의 원리를 밝히려는 이러한 Turner 교수 등의 노력은 실상 1930년대 영국 심리학자였던 F. C. Bartlett 교수의 마음은 이야기 스키마에 의한 의미에의 구성적 노력이라는 생각의 부활이며, 소프트한 인지과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주장하여온 인지심리학자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인지과학의 출발에 큰 역할을 하였던) Jerome Bruner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심적 원리 3가지
내러티브적 입장은 철학자들의 논의에서도 지지가 되고 있다. 인간 마음의 기본 원리가 이야기 적 원리, 즉 내러티브적 원리임이라는 것이다. 철학자 D. Lloyd(1989)는 Simple Minds 라는 책에서 인간의 심적 원리로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는 구현(implementation) 수준의 신경망적 연결주의 원리가 작용하고, 상위 심적 수준에서는 일차적으로 이야기 원리 (psychonarratology principle)가 작용하고, 그 윗 수준에서는 필요에 의해서만 합리적 이성의 원리가 적용된다고 논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이성의 일차적 패턴은 이야기 패턴이고, 이차적 패턴이 논리다. 이성 (추리)의 1차적(원래) 형태는 이야기 패턴 (narrative pattern)이다.
이야기는 인지의 기본 구조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이 모든 정보처리에 있어서 이야기 구조에 맞게 구성하고 처리하는 기본 경향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Lloyd는 이것을 psychonarratology 라고 부르고 이러한 유형의 사고가 일차적이며 원초적인 사고 패턴이고, 이것에서 부터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 뒤늦게 진화되었다고 본다.